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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생각들

불꽃과 검은 연기, 그리고 새벽의 흔적

by 고타마 싯다르타 2023. 5. 20.

화재 신고로 펌프차, 탱크차, 구급차가 출동했다.

사이렌을 울리며 펌프차를 따라 신고 장소에 도착했다.

이틀 전에 노부부의 싸움으로 한 번 출동했었던 곳이다.

 

신고자가 말하길, 폭발음이 두어 번 들렸고, 불꽃과 검은 연기가 보인다고 했다.

화염과 그을음으로 가득한 곳에서 구조대에 의해 꺼내진 구조 대상자 한 명은 할아버지였다.

눈으로 보기에 큰 외상도 없었으나 산소포화도가 유의미하게 낮았고 의식도 없었다.

 

산소를 공급하면서 응급실로 이송 중 들리는 무전으로, 세탁기 폭발이 의심된다는 초기 조사 보고가 흘러나왔다.

뭔가 의구심이 들었으나 그러려니 했다.

 

응급실 이송 후 할아버지의 상태는 매우 위중함을 알았고, 운이 없어도 이렇게나 없을 수 있나 했다.

하지만 역시나 그런 불운은 흔치 않았다.

조사 결과는 '방화'.

생각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

 

그 후 새벽에 투신 우려 신고가 들어왔다.

눈으로 확인은 못했으나 신고자의 말로는 15층에 사람이 매달려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신고 장소에 도착하니 20대의 젊은 남자가 모래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모래에 떨어져서 겉으로 드러나는 외상은 보이지 않았다.

 

CPR 이후 응급실로 이송했고, 응급실 접수 문제로 보호자 관련 정보가 필요했으나

보호자인 어머니는 술에 만취한 상태이므로 패스.

 

수원 화성에서 친형이 바로 출발한다고 한다.

아마도 도착하면 형은 동생의 죽음을 고지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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