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나가는 생각들

아이를 기다리는 숨소리

by 고타마 싯다르타 2023. 3. 10.

거실의 비좁음을 극대화하는 어린이 용품들과

책장에 빼곡하게 꼽혀있는 어린이 책들,

군데군데 붙어있는 의미 모를 스티커들이 난잡하다.

 

지극히 평범하게 보이는 집 안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 하나 보였다.

공기가 세는 소리가 들리고, 산소를 공급하는 콧줄이 길게 늘어져있다.

'45세, 폐암 4기, 호스피스 병동 예약.'

 

영 힘들어 보이는 안색의 환자는

응급실에 가시겠냐는 물음에 이제 좀 괜찮아졌다고 답했다.

그리고 지금은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은 당신의 아이를 마지막으로 보고 가겠다고 했다.

 

도저히 참기 어려우시면 다시 신고하시라.

씁쓸하고 건조한 말씀을 남기고 집 문을 나섰다.

그러자 초등학생 아이가 상기된 얼굴로 문 옆에 서있었다.

'지나가는 생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습의 즐거움  (1) 2023.03.27
기억할 것  (1) 2023.03.23
나쁜 일은 한꺼번에 온다  (0) 2023.03.01
문득 든 생각  (0) 2023.02.02
저주  (0) 2023.01.01

댓글